#책담하

치즈 이야기 책후기

2025년 9월 26일 오후 6:092
도담하 DODAMHA
치즈 이야기 책후기 Cover Image

지은이: 조예은

펴낸곳: 문학동네

연도: 2025.07.30.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다소 간단했다. 아직 더운 여름의 끝자락이 남아있었고, 그에 걸맞은 책에 관련된 광고를 봤기 때문이었다. 기묘하면서도 약간의 스산함을 가진 내용 때문에 이 책의 끝부분이 궁금했고, 바쁜 일이 마무리되자마자 집중해서 그날 다 볼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책 속의 단 하나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시작한 책넘김이었지만, 모든 챕터가 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한권이었다.

책은 각각의 챕터 별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첫 번째 챕터가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주요한 챕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이 책의 제목이기도 했지만, 해당 글의 내용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과 저자의 의도가 넌지시 담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분위기는 처음 예측했던 기묘함이 맞지만, 으스스한 스릴러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애매했다. 기묘하고 스산한 분위기임은 분명했지만 단순한 공포라기에는 애매한 그 묘한 선이 이 책을 계속 붙들고 있게 했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글 속 분위기는 이중성을 띤다. 겉으로는 공포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실제로 그 내용을 읽어보면 묘한 공감대를 불러오는 현실성 있는 내용에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확신하기 어려워진다. 분명 선을 넘는 것 같으면서도 이 선에 대한 예외 사항을 늘어놓는 느낌 같다. 이러한 배경은 모든 챕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정체성을 가장 강한 챕터를 꼽자면 첫 챕터일 것이다.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겨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유일하게 작가가 독자에게 이중성을 직접적으로 묻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괜한 반항감도 들 수 있지만 책을 읽는 내도록 그 반항감이 맞는지에 대한 계속된 저울질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중성이 이 책이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해준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이러한 기묘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다만, 다소 잔인한 묘사가 거북하다면 이 책을 읽는 내도록 그 이중성이 재밌기 보다 불쾌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이 책의 이중성은 좋게 보자면 아주 적나라하게 나쁘게 말하자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의 부분도 재밌지만, 해당 부분을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허무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부분 또한 생각할 부분들이 많기에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해당 부분에서 더 나아간 결말의 정점을 원한다면 방향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도 그 광고에 이끌려 왔기에 비슷한 느낌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음을 함께 강조하고 싶다.

그 이후는 좀더 책 내용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직접 언급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해당 부분이 책의 모든 것이 아니기에, 반드시 책을 모두 즐기고자 한다면 전체 부분을 읽기 바라며 해당 부분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부분일 뿐임을 말하고 싶다. 물론, 이를 책을 읽으면서 찾아보고 이에 관련된 또 다른 감상을 들려주셔도 좋다.


네. 그것은 정말 잘 숙성된 치즈였던 겁니다.

이 부분이 가장 책의 이중성의 시작이라고 여겨졌다. 그제 물체에 대한 설명이라고 여겨지는 이 부분이 오싹하면서도 기묘하게 다른 의미로도 해석되어졌다. 치즈가 마냥 치즈인 걸까. 어쩌면 상해버린 주인공의 마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의 끝에서 묘하게도 마냥 그 비정상적인 모습을 비난만 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저에게 물건은 그저 물건이 아니랍니다. 개개인의 일생 그 자체입니다.

공포스러울 것만 같던 광고 속 내용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물건도 기억을 한다면, 그 물건은 나를 어떻게 담고 있을까. 모두 같은 공장에서 나온다고 해도 그 공장 속 물건들 역시도 어떤 사람과 관계에 따라서 그 일생의 일부를 담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지금 쓰는 물건들에 대해, 그로 인해 담기는 모습들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물론 물건을 추억으로 여기는 것은 그동안의 많은 소설이나 시에서도 많았다. 그렇지만 추억이 아니라 일생의 일부를 오롯이 담아둔 그릇이라는 생각을 하자, 좀더 무겁게 느껴졌다. 어쩌면 계속되는 나의 모습 속에서 일부를 담은 그 순간의 나는 어떠한 생각과 모습으로 기억될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내가 쓴 물건들 속 기억을 훔쳐보고 싶어졌다.

기분 탓인지 널브러진 물건들이 더 이상 단순한 물건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것들이 썩지 않는 살점 같다고 생각하며 차에 올랐다.

이 부분에서 물건들에 대한 작가의 의미를 살짝 엿보게 된 것 같았다. 작가는 물건을 곧 나의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본 듯 하다. 나의 경우, 나와 물건에 대한 경계를 분명히 두고, 나의 기억 일부를 담는 그릇 정도로 받아들인 반면에 작가는 이러한 물건들이 부분이 아니라 나의 조각이 된 거라고 본듯 하다. 즉, 일부라고 할지라도 내가 물건에 담긴 거라면 그 일부도 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아주 동의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분을 담고 공유하는 거라면 내가 담긴 것이지 않을까. 혹은 일부분은 그냥 나의 일부분이기에 전체라고 보는 건 어려운 것일까.

사실 이와 관련된 부분은 해당 에피소드에서만 다뤄지는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작가의 입장은 에피소드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작가는 물건에 관련된 에피소드에서는 그 경계를 모호하게 보지만, 그걸 공유하는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 경계가 어느 정도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보는 묘한 시선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시선의 변화 또한 책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부분이다. 어떤 상황에 어떤 대상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 시선을 바라보고 나니 좀더 그 경계에 대한 확신이 들진 않지만 책을 읽고 다들 같이 고민했으면 좋을 듯 하다.

사람은 죽어도 물건은 죽지 않는다. 썩지도 않는다.

소라. 이건 내가 남기는 기억의 살점이야. 내가 당신의 꿈의 일부로 영원할 수 있기를.

계속해서 작가와 물건에 대한 생각을 줄다리기 했지만 결국 이 부분에서 부분이지만 결국 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암시했다고도 느껴졌다. 마치 같은 물건이여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세월에 따른 모양새가 변화하는 것에서 시작된 생각일까. 물론 여기에 대해서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러한 이중적인 해석들이 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즐겁게 한 부분이기에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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