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지영
펴낸곳: 아름다운날
출판일: 2011.12.10.
오랜만에 장편 소설을 손에 잡게 되었다. 한동안 짧은 소설이나 과학책에 손이 갔던 터라 이렇게 장편 소설을 읽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이 소설의 가장 첫 인상은 익숙한 듯 낯설다는 거였다. 대부분 역사 소설, 그것도 한국 역사에 어느 정도 얽힌 소설이라면 배경이 조선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소설은 조선 시대이면서도 일본을 주 배경으로 삼는다. 낯선 배경과 낯선 용어들 때문인지 꽤나 많이 본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 때문인지 익숙하면서 낯선 이 소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꽤나 많은 용어들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게 느껴지는 소설 설명이었다. 사실은 일본 관련된 역사에 깊게 알지 못하는 탓에 그럴 수도 있지만, 용어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소설에 하나하나 심어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러한 세심한 설명과 역사에 맞춘 용어를 녹여낸 부분에서 새로운 지식도 알게 되기도 했으며 소설 속 배경에 좀더 깊게 녹아들게 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아쉬운 부분은 하나 존재했다. 바로 시점이 옮겨지는 부분에 대한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작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소설에서 설명하지만 해당 시선의 이동이 독자 입장에서는 단번에 알아채기 어려운 순간들이 존재했다. 간혹 깊게 집중하고 있다가 문득 문맥이 어색해서 다시금 살펴보면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우도 존재했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아무래도 이 책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세심하게 여러 인물들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물로만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부분에서 이 책의 세심한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아직은 1권이라 이렇게 자세히 해당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아직은 이해가 잘되지 않지만, 소설 속의 배경을 풍부하게 하고 앞으로의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 간의 생각과 관계도를 잘 따라갈 수 있는 역할로는 만족스러웠다. 특히 이 책이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서사는 매우 중요하니 말이다.
1권을 모두 다 읽고 2권으로 넘어간 지금, 이 책의 흐름이 적절히 흐르면서도 차곡차곡 감정을 잘 쌓아가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쉬운 점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 하나 표시하면서 읽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읽는 사랑 이야기이기도 했기에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대신에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무래도 정적 간의 관계 혹은 혐관이라고 불리는 혐오하는 관계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는 그런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미 조선 시대라는 배경을 말한 상태이기에 이미 어느 정도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긴 이야기는 생략하고자 한다. 어려운 문체가 아니기에 가벼우면서도 어느 정도 몰입 되는 소설을 원한다면, 오늘은 렌을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