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유전자 임팩트
지은이: 케빈 데이비스 / 옮긴이: 제효영
펴낸곳: 로크미디어
간혹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되면 자주 보는 분야의 책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분야의 책에 도전하고픈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유전자 임팩트’이다.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으로 시작하자면, ‘한 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워지게 한다’로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끊임없이 양 쪽의 이야기를 해주지만 이 책을 덮은 지금도 한 쪽의 결론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어느 한 쪽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 어려운 영역이기에 저자는 두꺼운 책 속에서 계속해서 양 쪽 소리를 담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책이 아주 어려운 전문 서적의 느낌이라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편집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지만 과학과 조금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어렵지 않도록 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책의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유전자 가위에 대한 ‘과학적 설명’ 보다 이와 얽히는 ‘윤리적 갈등’에 조금씩 초점이 옮겨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많이 흔들렸으면 좋겠다. 이 책은 크게 유전자 편집의 상용화와 이에 대한 우려 섞인 입장들 간의 갈등을 담고 있는데, 그 속에서 저자는 크게 기울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 좀더 담긴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책 곳곳에 보인다. 따라서 이 흐름에 따라서 많이 흔들리고, 많이 고민해보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많이 흔들리고, 여전히 결정을 못내렸으니 사실 이 책을 읽고, 혹은 이와 관련되어서 어떠한 입장들이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이 이후로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페이지와 함께 좀더 자세한 책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단, 해당 내용들에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다. 책 내용 중에서 어떤 부분이 어떻게 내게 다가왔는지를 자세하게 말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꼭 책은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감상하기를 무조건 권한다. 해당 부부은 많은 책들 중 일부분에 대한 나의 감상에 도움되는 책의 조각에 불과함을 미리 알아주길 바란다.
이 여성의 배에서 자라는 쌍둥이의 DNA는 신의 신성한 손이 아닌, 야망으로 가득한 어느 유전체 공학자와 발생학자의 결코 신성하지 않은 손으로 만들어졌다. 더럽혀진 잉태였다. (p.53)
신성하고 신성하지 않음을 결정하는 건 누구일까.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연구 윤리를 지키지 않은 무작위적인 실험에 대한 비판에 동의하기 위함은 아니다. 해당 글의 연구자의 행위에 대해서 비판하는 입장에는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마치 신과 인간으로 나뉘는 것에 있어서는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은 어쩌면 작가의 처음 의도와는 아주 동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연구에 대한 신성함을 신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쓴 문장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모든 야망이 담겨진 연구는 더럽혀진 시도인걸까. 야망을 감춘 연구는 어떤 연구인걸까. 조금은 책의 의도와 다른 고민을 하게 된 문장이기도 했지만 마냥 동떨어진 생각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스탠퍼드 대학교의 법학교수 행크 그릴리 (Hank Greely)는 이런 상황을 아주 적절히 묘사했다. “포드의 모델 T자동차는 저렴하고 믿음직한 자동차였다. 이 차가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차를 몰기 시작했고 세상이 바뀌었다. 크리스퍼는 저렴하고 쓰기 쉬우면서 접근성이 우수한 편집 기술이다. (이하 생략) 나는 이것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나부터 바뀌었다.” (p.64-65)
이 글은 최대한 중립을 고수하려고 한다는 걸 이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 자동차와 크리스퍼 기술이 마냥 동등할 수 없지만 접근성이 가까우면서도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것을 설명한 문장이라고 여겨졌다. 그렇게 좋은 기술이지만 왜 앞선 글에서는 상용화를 과감히 도전한 과학자에게 큰 비난을 했던 것일까. 그건 단순히 자동차와 같이 무언가 주어지는 물질이 아닌 우리 스스로에게 적용되는 기술이라는 차이 때문인 건 아니었을까.
미국인 중에서 지능 지수가 90 미만인 인구가 5000만명이라는 설명과 함께,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의 개선 여부는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주사위를 던지는 식으로 무심하게 이루어지는 옛 방식을 그대로 지켜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비극을 물려받더라도 그냥 두어야 할까요? 지능을 발휘하고 유전학적으로 개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그 책임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신샤이머는 만약 후자를 택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246)
이 부분이야말로 이 책에서 계속되는 물음이 아닐까 싶다. 유전자 편집의 이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략적으로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전적인 질환에 대한 예방 혹은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걸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이 책은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해결법이 마냥 우리 생각처럼 깔끔하진 않을 거라고,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결국 큰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부터 많은 고민이 시작된 듯 하다. 뭐든 큰 이점이 있다면 그에 대한 단점들도 고려해야 한다. 이점만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 대부분의 연구들은 단점을 상쇄할 만한 이점을 더 크게 내세울 뿐 단점이 아예 존재하지 않은 이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 역시도 그렇다. 그 중에서도 태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벌써 머리가 아파온 부분이었다.
신샤이머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종이 등장하는 세상을 유토피아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프랜시스 골튼이 주장한 것처럼 우생학적 원칙에 따라 국가의 강제력이 동원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p.246)
이 부분에서 ‘멋진 신세계’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가 떠올랐다. 정부의 개입 그리고 우생학적 원칙. 항상 기술의 발전은 이점만 바라보고 달려오지만 실제로 적용된 세상은 이상적인 현실과 달리 간과해온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통제 그리고 그로 인한 차별이 발생되는 것 또한 과학의 발전에서 고려해야 될 부분이다. 책은 이렇게 차근차근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제시해주었다.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 등 생명공학 기술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졌지만, 유전자 치료의 실현 문제는 ‘가능한 가’에서 ‘언제 시작될 것인가’로 초점이 바뀌었다. (p.260)
어쩌면 계속되는 문장과 생각일지도 모른다. 과학의 발전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마냥 유전자 편집 뿐만은 아니다. 모든 과학의 발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책의 p.262-272의 내용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 과정 중에 이미 실현되어 버린 사례들에 대해서 나온다. 물론 해당 사례들은 실패 사례들이다. 안타깝게도 어린 아기 환자들은 유전자 치료의 실험 대상이었고 두 아기들 모두 백혈병으로 인해서 사망하게 된다. 유전자 관련 병이었기에 선택한 최후의 방법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 생명과 관련되게 된다면 언제 시작되어야 하는지는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마냥 외면하고, 마냥 뒤로 미룰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레트로 바이러스는 카드 한 벌에 감춰진 조커 카드처럼 숙주의 유전체에 끼어들어가서 작용한다. 대부분 아무 해가 발생하지 않지만 드물게 암과 같은 영향이 촉발될 수 있다. (p.271)
물론 부작용은 유전자 편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고려해야만 얼만큼 한계를 두고, 또 언제, 누구에게 실행할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인체 면역계의 복잡한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면역계는 바이러스 같은 외래 물질과 맞서 싸우도록 설계되었고, 수십 억개의 재조합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아무리 좋은 뜻으로 공급된 것이라고 해도 인체가 모른 척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 꽤 많은 종류와 유전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믿음직하고 조정이 가능한 동시에 우수한 전달체로 새로운 두 후보가 등장했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AAV)와 렌티 바이러스다. (p.272)
이 부분은 유전자 편집의 한계와 보완 및 발전을 담고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발전으로 인해서 마냥 어두울 것만 같던 유전자 편집 기술은 10년이 지난 후 다시금 낙관적인 분위기로 전환되게 된다.
프리드만은 필라델피아의 한 여성 의사가 시력을 잃는 희귀 유전자 치료를 선도한 사례를 전했다. 그리고 이 총창기 성과는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p.275)
마냥 위험해 보이기만 싶던 유전자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는 해당 부분 부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분명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테니 말이다. 이러한 기적에 가까운 사례를 p.276에서 더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사례 또한 쉬운 결정으로, 쉽게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크리스퍼는 박테리오파지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해 세균에서 발달한 방어 기능이다. (……) 1915년 프레데릭 트워트 (Frederick Twort)라는 의사는 세균을 사멸시키는 추출물을 발견하고 그 안에 “일반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파스퇴르 연구소의 펠릭스 (Félix d’Hérelle)은 프랑스 기병대에 발생한 이질을 연구하던 중 배양하던 세균이 “물에 설탕 녹듯 녹아서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데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박테리오파지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p.302)
이러한 발견은 처음에는 항상 큰 관심을 얻기는 어렵다. 이 연구 역시 처음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약 8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해당 연구는 빛을 보게 된다. 하지만 해당 연구자가 유전자 편집에 대한 ‘특허권’을 얻거나 ‘선구자’로 꼽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련된 내용 역시 이 책의 흥미진진한 부분이었다.
유전체 편집 기술은 환자 입장에서 마음이 끌릴만한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DNA 염기서열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유전 암호 자체를 바로 잡는 방식이므로 병의 근본 원인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 두 번째 장점은 수정하고 나면 원칙적으로 영원히 그 상태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p.310)
아마 모두가 유전자 편집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 역시도 이를 통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으니 말이다.
2017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의학계 학술대회에서 저녁식사 후 연설에 나선 버밍엄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정밀 의학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유전 질환을 앓지 않는 것이 타고난 특권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확실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자신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마라톤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언덕이 나타나면, 저는 어떻게든 밀고 나갑니다. 제 폐가 알파 1항트립신 결핍 폐질환을 안고 사는 환자들처럼 몸에 산소를 공급하려고 고생할 일이 없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복싱 링에 올라도 겁이 나지 않는 이유는 겸상 세포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매일 느끼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힘든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저는 이것이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나는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양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거나 유방암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두려워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합니다. (p.321)
이 부분이 가장 내게 크리스퍼 기술의 필요성이 와닿게 되는 부분이다. 가족이 유전적 병을 앓았으며 그에 대한 유전이 내게는 없을까 두려움에 떠는 내게 해당 글은 앞서 고민을 잠시 제쳐두게 했다. 어쩌면, 당장에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마지막 선택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이처럼 책은 내 마음을 자꾸 극단적으로 기울였다.
여러분이 혹시 잊었을까봐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크리스퍼는 수억년 전에 세균이 만들어 낸 것이다. (p.331)
이 부분은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발견한 것이 발명과 같을 수 있을까. 혹은 이것은 ‘기술’이기에 처음 시도한 사람의 몫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만 이로 인해서 누군가가 이를 독점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한 문장이었다.
말이 되건 안된건 지금의 특허권 전쟁은 “내부자들만 아는” 싸움이 되었고 언젠가는 누가 누구에게 기술료를 내야 하는지 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p.348)
유전자 편집에 관련된 특허권 분쟁은 장펑과 브로드 연구소 그리고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와 관련된 분쟁으로 주로 책은 다루고 있다. 물론 크리스퍼 기술에 관련해서는 장펑과 브로드 연구소가 승소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이러한 결정이 옳은 것일까. ‘기술료’로 인해 누군가는 해당 기술을 선택지에서 지워야 하지는 않을까.
미탈리포프 연구진이 얻은 또 한가지 참신한 결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고친 방식이다. (……) 한 별로 존재하는 다른 연색체의 동일한 유전자에 포함된 염기서열이 수선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유전자 편집이 아닌 유전자 대체라는 새로운 DNA 수선 메커니즘이 있다는 의미였다. (……) “다들 유전자 편집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저는 ‘편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편집하거나 바꾸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라곤 모체의 돌연변이 유전자의 변형된 부분을 원래 있던 야생형 유전자로 없앤 것이 전부입니다.” (p.402)
유전자 편집에 관련된 연구는 계속해서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긍정적으로 유전자 편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거라고 장담했지만 뒤이어 최악의 사례가 발생했다.
JK는, 마우스와 원숭이에게서 실시한 예비 유전자 편집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 뒤 임상실험을 요약해서 전했다. (……) 색색으로 표시된 뾰족하게 치솟기도 하고 아래로 뚝 떨어지기도 하는 그래프에 루루와 나나의 DNA 염기서열이 나와있었다. 어설프게 이 쌍둥이의 CCR5 유전자를 변형했다는 사실이 분자 수준까지 상세히 드러난 정보였다. (p.420)
JK는, CCR5 유전자에서 편집해야 하는 지점은 정확히 표적으로 삼았지만, 편집 과정을 통제하지 못했고, 결국 새로운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돌연변이가 생겼다. (……) 즉, 염기서열 중 32개의 글자를 정밀하게 잘라낸 것이 아니라, 편집자가 두 눈을 감고서 빨간 펜을 들고 종이에 아무렇게나 휙 긋고는 원하는 단어에 선이 그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p.421)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저자는 맹렬히 비난했다. 더불어 저자는 이와 관련된 비난들을 담으면서 발달된 기술의 윤리적 고려가 없는 무모한 적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유전자 편집 기술에만 해당되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들과 이와 관련된 부작용 역시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은 지난 1만 년동안 자연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브랜드의 말이다. “이제 우리는 이 피해의 일부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윤리적인 의무인지도 모릅니다.” (p.506)
라임병, 댕기열, 무엇보다 말라리아 같은 병을 없애는 일은 세계 전체가 당면한 커다란 과제이다. 그리고 크리스퍼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 (p.507)
이 책은 단순히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적용 사례를 인간에게만 국한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기술이 멸종 동, 식물 복원에 사용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이와 관련된 긍정적인 필요성도 함께 다룬다.
“힘 센 나라들, 기업들은 자신들과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배시는 말했다. 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그 정도의 힘과 통제권을 갖고 있으면, 겉보기에 아주 괜찮아 보이는 과학적인 발명도 극히 위험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p.518)
이 역시도 사실 유전자 편집 기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해당 기술이 어느 나라에 귀속되고,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면 그것은 어떻게 작용하게 될까. 이 책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열어주면 다시금 이렇게 고민하게 만든다.
GMO 반대 운동을 벌여 온 사람들은 완전 천연 식품인 줄 알고 즐겨 먹던 식품 중 상당수가 사실 수세기 전에 자연의 손으로 유전자가 변형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기겁할지도 모른다. (p.532)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 GMO에 관한 허위 정보 속에서 유전자가 변형된, 더 정확히는 유전자가 편집된 과일과 작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대중이 확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546)
크리스퍼는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고, 조기 출하가 가능하도록 유전자가 편집된 작물을 비롯해 질병 저항성을 갖거나 영양학적인 가치가 향상되도록 개량된 그보다 더 중요한 품종이 나올 수도 있다. (p.549)
갑자기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야기하다가 GMO가 나온 것에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유전자 편집 기술을 마냥 먼 미래로만 보기에는 이미 시도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를 생물과 인간에 적용하는 것과 연결해서 안전성이 확보되니 무분별하게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GMO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인지 이 책은 설명해주면서 무지로부터 시작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부모가 통찰력과 정보를 갖추고 미래의 자녀를 고통스러운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입니다.” (p.590)
이 부분을 작가가 넣은 것에 대한 의미를 개인적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할 당시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해했다. 아무리 우리에게 가까운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생명에 적용될 때는 신중해야 할 기술임에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에도 작가는 끊임없는 고민 역시 필요함을 담아냈다. 이 글은 해당 부분을 인용함과 함께 마무리하고자 한다.
합리적인 접근법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유전체를 변형시키는 행위를 고의로 거부할 경우 생식 세포에 개입하는 행위를 허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미래에 영향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더 나아지도록 바꿀 수 있는데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윤리적으로 더 훌륭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p.618)
사불레스쿠는 더 나아가 자녀의 잠재성을 최대로 키우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유전 질환을 없애는 것 자체는 나쁜일이 아니지만, 기술은 건강한 유전자로 바꾸는 선에서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p.619)
콜린스는 “과학과 의학은 희귀질환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식세포 편집의 필요성은, (……) 배아가 형성될 때 착상 전 유전자 진단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나이자의 아들 둘도 같은 병을 물려받았다. “우리와 같은 일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거들먹거리기도 쉽겠죠. 체외 수정으로 배아를 만들고 편집하는 것이, 그냥 내버려두면 아이가 시달리게 될 고통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면,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p.633)
이 끊임 없는 저울질에 대한 결론은 사실 이 책을 덮은 지금도 정확히 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은 여전히 필요하고, 여전히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고민들로 인해서 많은 문제점들이 보완되고 또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쓰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추천할 책이 있으시다면 여기 에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