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담하

폭싹 속았수다, 모두의 인생을 담은 드라마

2025년 5월 13일 오후 6:248

도담하 DODAMHA
폭싹 속았수다, 모두의 인생을 담은 드라마 Cover Image

폭싹 속았수다

부작: 16부작

채널: 넷플릭스


어쩌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

처음은 가볍게 이 드라마를 시작했다. 아주 가볍게, 그냥 따스하면서도 간지러운 그런 사랑 이야기일 거라고 여기면서. 포스터를 보고 어쩌면 조금은 옛날 이야기를, 지금 모두가 미워만 하는 세상이 아닌 조금은 따스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드라마가 아닐까 가볍게 생각하고 넷플릭스를 틀었다.

그렇게 시작된 드라마 내용은 매 편마다 울지 않은 적을 찾기 어려웠다. 어떨 때는 광례가 우리 엄마였고, 애순이가 나인듯 하다가도, 어느 날은 애순이가 우리 엄마인양 싶으면서 계속해서 옮겨다녔다. 그렇게 갈피 못 잡는 마음 때문인지 드라마를 보는 매편, 매 순간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

최근 감독님의 수상 소감에서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은 작품”이 되고 싶었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졌다. 다시는 못 볼 엄마가, 밀봉해두고 깊이 묻어둔 채 고개 돌렸던 어딘 가 틈새로 자꾸 맡아져서인지 참 짙은 그 기억 때문에 내내 연락하고 싶게 했다. 물론 그 속에서 밉고 원망하는 마음도 없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추억은 꼭 나를 긴 시간 미운 마음을 오래 담게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꾸만 울게 된 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애순이 보다는 금명이에 가까운 나였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을 곱씹자면 애순이가 내 마음을 더 넓게 차지한 듯 하다. 사실 둘은 묘하게 섞인 나였기에 이 비중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하긴, 어쩌면 부러워한 게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따뜻하면서도 지지해주는 단단한 땅 같은 부모를 보면서 그 순간만큼은 금명이가 될 수 없었다. 그 따뜻한 가정의 모습 안에 있던 금명이가 참 부러웠다.

말했듯, 모난 마음 때문인지 원망이 재차 튀어나왔다. 사실 원망의 순간에는 금명이를 향한 부러움과 동시에 부씨(학씨)네를 통해서인지도 모른다. 아주 같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현숙이의 상황이 더욱 내가 처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빠와는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그 때의 상처가 자꾸 나를 멍들게 하고 때로는 이런 내 모습이 죄같기도 하다. 물론 엄마와도 이런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자꾸 나를 좀더 안아주고, 쓰다듬어준 그 손길이 재차 그리움이 미움을 덮어 버린다. 점점 당시의 당신은 나보다 어려지고, 어린 나에 대한 경험을 통해 서툰 당신이 보여서일 수도 있다. 혹은 마지막에 그 힘 없는 손으로 자꾸 아직 둘레가 가는 내 마음을 조금은 위로하던 게 삐져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꾸만 힘 없던 그 손으로 나를 토닥이고, 쓰다듬어주며, 공부와 간병 사이에 있던 나를 응원하면서도 때로는 내가 숨죽여 울면 그 눈물을 훔쳐준 손이 기억나서, 엄마랑만 살겠다는 내 곁에 기어이 단단한 땅을 마련해줘서. 그래서 엄마는 참 치사하게도 처음의 서툼을 무기로 내게 자꾸 모난 마음 가지지 못하게 했다.

특히나 엄마가 생각난 건, 단순히 마냥 상황 뿐만이 아니라 하필 애순의 젊은 시절이 꼭 금명을 닮아서기도 했다. 어느 날 배드 위에서 나를 내려 본 채로 내 눈이 당신을, 내 코가 당신을, 내 성격이 당신을, 내 어린 시절이 당신을. 그렇게 내 모든 것에서 당신을 찾던 그 입버릇 때문인지 자꾸만 드라마를 보면 엄마가 어지러이 내 머리 속에 들어오셨다. 학씨 부인 마냥 자꾸만 내게 본인이 가지지 못했던 단단한 땅을 주고 싶었던 것도, 그 단단한 땅의 가족들이 금명의 시어머니처럼 나를 예쁘게 봐주는 걸 그렇게 좋아한 것도 전부 그런 이유였을까 싶어서. 그냥 그 이유로 당신의 닮은 내가 꼭 예쁜 길만 걷게 해주고 싶어했나 하는 마음에 계속 그 둘을 나와 당신 사이에 멤돌게 했다.

그런 단단한 땅이 애순이에게 다시금 살아갈 안식처를 주고, 금명이처럼 쓰러질 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다시금 단단하게 일어설 수 있게 했듯, 꼭 내 옆에 그런 땅이 있는 걸 보고 싶어한 당신 덕분에 내게도 그런 단단한 땅이 있게 됐다. 그 땅은 내가 무너질 때도 아무 말 없이, 아무런 비난 한 톨 없이, 그리고 조그만 도전에 벅찬 응원과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고 지탱해준다. 그 단단한 땅이 옆에 있어줘서 어쩌면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15화까지는 잠깐 눈물을 훔치는 정도로 말이다. 때로는 답답하고, 나에 대한 건 고집 피우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내게는 져주는 그런 단단한 땅 덕분에 말이다.

그럼에도 마지막화는 통곡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거의 절반은 덤덤히 본 것도 있다. 겪어본 상황이니까, 지나간 일이니까. 그런데 세상에 하나 뿐인 절대적인 내 편에 대한 이별은 아직은 가벼워지기엔 내가 여전히 덜 컸다. 자꾸만 내가 당신을 깊이 밀봉했던 그 때 같아서. 그냥 그래서.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서. 내 어깨를 토닥이는 그 손에 맞춰서 그냥 그 때처럼 자꾸만 울어버렸다.

여전히 나는 실수도 많고, 내 길에 의심하고, 나를 의심하고, 책임이 버겁기도 하다. 그렇지만,

 

엄마를 닮았다는 내 눈이, 이어 받은 세상을 더 많이 담을 수 있기를.

엄마의 젊은 시절을 똑 닮았다는 내가,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미래를 똑 그릴 수 있기를.

그렇게 언젠가 내가, 엄마 옆 이름으로 나를 새길 수 있기를.

 

그냥 그럴 수 있기를.

그냥 그렇게 바래본다.


여기서부터는 제게 인상 깊은 대사들입니다. 드라마의 상당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또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꼭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0
0
댓글 (0)
댓글 로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