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이자, 피해자들의 말을 옮겨 담은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는 ‘나는 신이다’의 후속편이다. 이를 영화 카테고리로 옮긴 건 이것이 거짓이라는 의미가 아니며, 영상으로 담은 예술이라는 큰 틀에서 분류했기에 오해는 없으면 한다는 걸 밝힌다. 물론 이를 시청할 때는 거짓이길 바라면서 보게 되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은 맞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이야기는 실제 상황을 겪은 피해자들이자 생존자들의 경험이었다.
이 글의 제목을 ‘메마른 외침’이라고 먼저 명명한 것 역시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생존자’는 이전 편과 달리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 ‘생존자들’이라는 키워드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이야기는 2편씩 서로 다른 사건들의 생존자들이 나와서 본인들의 경험을 들려준다. 어쩌면 당시에 들었어야 했을, 혹은 스쳐지나가는 정도로 들었던 사건들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외침처럼 느껴졌다. 매번 외부에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숨겨지고, 감춰지고, 그 이야기의 가치를 따져 받아들여지거나 사라져간 외침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소리가 넷플릭스를 통해서 말하게 된 것 같았기에 이들의 소리를 ‘메마른 외침’이라고 감히 묘사해보았다.
이들의 소리는 사실 어떠한 순간에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원래도 끊어서 시청하는 걸 선호하지 않지만, ‘나는 생존자’는 더 몰아서 보았다. 시청하는 내도록 속이 울렁거리고 화도 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더 자세히 그들의 이야기를, 그 경험을 집중하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화제성으로 인한 궁금증으로 보시는 거라면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린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보지 말라는 건 절대 아니다. 우리가 반드시 들어야 할 소리이며, 잊어서는 안될 이야기들이기에 힘들어도 꼭 보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생존자다’를 모두가 보길 바라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영상에서 꼭 보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먼저, 영상 중간에 오프닝 연출이 있다. 그 부분에 각 사건들의 당시 사진들이 콜라주로 연출되는데, 이 때 세세히 보기를 추천한다. 아주 짧은 1분 내외의 시간 동안의 연출이지만 각 사건에 대한 요약을 그 짧은 시간 내에 압축한 부분이기 때문에 부분이다. 그 외에도 모든 연출을 꼽고 싶지만, 이 역시도 내용과 연관되기 때문에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생존자들 입장에서 비추기만 하는 건 아니며, 또 당시의 배경과 반대편 입장도 함께 설명해주기 때문에 매우 편파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다고도 덧붙이고 싶다.
‘나는 생존자다’의 모든 회차를 다 보고 난 후에는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사실 회차 모두에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고 혹시나 그들에게 또다른 상처가 될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어떠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느껴지는 생각은 피해자들이, 그 힘듦 속에서 가장 많이 죄책감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생존자는 더 숨고, 더 아파하고, 그들의 진술을 가해자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물론 이러한 안타까운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생존자들을 손가락질이나 이들을 저울질하는 일은 없어지길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들의 용기에 적어도 응원을 해주었으면,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 있어서 이걸 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처럼 범죄 피해로 인해 그늘진 곳에 숨어 지낼 수 밖에 없는 피해자분들께,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
더 이상 가슴 아픈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조금 더 이런 생존자들의 무거운 마음이 그들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나눠가질 수 있기를.